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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언론보도

[뇌와 지구경영] 산천이 주인이다

코리안스피릿

2017년 06월 19일  (http://www.ikoreanspirit.com/news/articleView.html?idxno=48215) 조회수 58

 

▲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 국제뇌교육협회장

 

 

안양의 한 공원에서 새벽공기를 가르며, 힘차게 단전을 두드리던 청년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37년이 흘렀고, 7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그동안 내가 일구어 놓은 모든 기업을 제자들에게 물려주었고, 홍익활동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들은 비영리법인으로 만들었다. 이제는 주인공이 된 제자들을 아낌없이 도우며, 또 내게 남은 비전의 숙제를 하면서 제자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것이 내 삶의 기쁨이다.

 

 

우리 민족의 가치를 알려주신 아버지

 

내 인생의 목적은 “홍익인간 이화세계”다. 홍익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이화세계는 어떻게 해야 실현되는 것인지, 단군할아버지 이전 시대부터 내려오는 우리 민족의 좌표이자 현재 대한민국의 교육이념이기도 한 그것을 아무도 알려주는 이가 없었고 심지어 학교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누구에게 물어 볼 수도 없었던 그 길을 내 삶의 길로 스스로 만들어 오는 동안, 가장 큰 힘이 되어주셨던 분은 아버지다. 아버지는 나에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홍익이 무엇인지, 완성이 무엇인지를 삶을 통해서 보여 주셨다. 몇 달 전 아버지를 다시는 뵙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잠시 귀국했을 때, 나에게 보여주셨던 따뜻하고 인자한 웃음을 잊을 수 없다. 아버지는 그렇게 환한 웃음을 남기고 영면에 드셨다.
 

어려서는 나의 스승이었고, 나이가 들어서는 가장 친한 벗이 되어주셨던, 올바르고 어진 삶을 살아오신 아버지, 나는 아버지를 통해서 우리 민족에 대해서 마음의 눈을 뜨게 되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4대 성인을 칠판에 적어주며 외우라고 하셨다. “예수, 부처, 공자, 소크라테스.” 어릴 때 집중력 장애가 있었던 나는 평소에는 수업에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그 4대 성인만큼은 귀에 크게 들렸다. 그래서 나는 손을 들었다. 평소와는 다른 내 행동에 선생님은 놀라시면서 말해보라고 하셨다. “선생님, 근데 저 4대 성인은 누가 정한 거예요?” 선생님은 당황하셨고 쓸데없는 질문이라며 나무라셨다.

 

내가 손을 든 것은 4대 성인이 내가 알던 것과 달랐기 때문이다. 아주 어릴 때부터 나는 아버지에게서 늘 우리민족의 역사와 철학에 관해서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내가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지 상관없이, 나에게 늘 이야기를 해 주셨다. 아버지는 어린 내게 우리 민족을 세운 국조 단군은 성인 중의 성인, 대성인이고, 홍익인간 이화세계는 민족과 인류를 구할 위대한 정신이라고 알려주셨다. 그런 밥상머리 교육을 받은 나에게 선생님이 칠판에 쓴 4대 성인의 이름에 왜 우리 단군 할아버지는 빠졌는지, 누가 정했기에 뺐는지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버지는 풍수에도 조예가 깊으셨다. 그래서 어린 나를 데리고 산에 다니기를 즐겨하셨는데, 그때마다 산을 가리키시며 “저 산은 목산이고 이 산은 금산이다”라고 알려주셨다. 산에도 이름이 있고, 이름이 없으면 앞산, 뒷산, 동산이라 불리는데, 목산, 금산은 참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차츰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되고, 풍수를 보는 눈이 생겨서, 해외에 홍익정신과 뇌교육을 보급하러 다니면서 교육원을 세울 때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나중에 아버지를 초대해서 교육원을 보여드렸더니 좋은 자리를 택했다고 기뻐하셨다.

 

인생의 스승이 되어주신 아버지

 

어릴 때 나는 아버지에게 공부를 잘해서 자랑이 되어드리지는 못했다. 학교 선생님이셨던 아버지에게 공부에는 영 취미가 없고, 태권도, 합기도 등 무예에 빠져 있던 나를 두고 일가친척들은 걱정을 많이 했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행여 그분들의 이야기에 내가 기죽을까봐, “승헌이는 대기만성형이다. 나중에 크게 될 것이다. 염려들 마라.”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버지가 주역을 아시는 분이셨으니 주위에서도 그런가보다 했다. 사주를 보셔서 그러셨는지, 아들 기 살리려고 그러셨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어린 나의 마음에는 “나도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싶은 것을 찾으면 잘할 거야. 아버지가 나는 대기만성형이라고 하셨으니까.” 하는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아버지는 나에게 어떠한 경우에도 “나는 나다”라는 것을 알려주신 것이다.

 

대학을 연거푸 낙방하고 실의에 빠져 있다가 동네 아이들을 모아 뒷산에서 태권도를 가르쳐주고 있었다. 뒷산 평평한 곳에 야산 태권도장을 만들다보니, 나무를 몇 그루 베어버렸다. 선산의 나무를 허락도 없이 베어버렸으니 어른들의 성화가 이만저만 아니셨다. 그때 아버지도 크게 화가 나셨던 것 같다. 하지만 화내지 않으시고, 할머니 묘소에 데리고 갔다. 유난히 나를 예뻐하셨던 할머니셨다. 아버지는 무릎을 꿇으시고, 나의 잘못은 모두 아버지 당신이 잘 못 가르친 탓이라며 할머니께 용서를 구하셨다. 그때 나는 내가 정말 큰 잘못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정신을 차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며칠 뒤, 동네 다리를 지나는데 다리 아래에 쓰레기더미가 썩어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그 쓰레기가 내 신세 같아서 그냥 있을 수 없었다. 나는 지게를 구해다가 쓰레기를 담아서 야산으로 나르기 시작했다. 더운 날씨에 등과 어깨는 벌겋게 달아오르고, 옷은 엉망진창이 된 채로 며칠째 지게를 지고 나르는 나를 보고 어머니는 무척 속상해하셨다. 아버지는 묵묵히 지켜만 보고 계셨다. 얼마 뒤 다리 밑이 깨끗해졌다. 야산에 구덩이를 파서 쓰레기를 묻고, 거기에 호박씨를 심었다. 얼마 안 가서 호박순이 자라나고, 호박넝쿨이 뻗어나고 호박이 열렸다. 호박을 따서 동네 사람들에게 나누어줄 때, 기뻐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며 나는 보람을 느꼈다. 나에게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홍익의 기쁨을 처음 느꼈다.


아버지가 평생 몸 담으셨던 교직을 그만 두시게 된 것도 나 때문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나에게 희망을 심어 준 ‘쓰레기와 호박’ 사건이 있은 후에, 나는 서울로 올라가서 태권도장을 하면서 야간대학을 다니겠다고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흔쾌히 승낙하시며 태권도장을 마련할 돈을 구해 주셨다. 아버지는 그 돈을 학교 선생님에게서 빌렸는데, 그 분이 6개월 뒤에 전근을 가시게 되어 갚아야 해서, 큰돈을 구할 수가 없어서 퇴직을 하시고 퇴직금으로 갚으셨다고 했다. 아버지는 결국 퇴직금의 절반은 나에게 주신 것이다. 절반은 어머니와 당신의 여생을 위해서 쓰시겠다고 하시며, 대신 나에게 이제 가장으로서 동생들을 책임지라고 하셨다. 아버지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퇴직금의 절반을 주셨을 때 나는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무거운 책임감은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것이었다. 아버지로부터 받은 무한한 신뢰와 책임감은 많은 어려운 속에서 이 길을 꿋꿋하게 걸어올 수 있었던 힘이었다.

 

지구시민의 마음을 물려주신 아버지

 

지금은 국학원이 세워진 곳, 천안 독립기념관이 있는 흑성산 맞은편, 그 곳은 원래 병아리를 키우던 양계장이었다. 풍수에 조예가 깊으신 아버지는 그 땅이 앞으로 민족을 이끌 인재들을 키워낼 곳이라며 작은 땅을 마련해 두셨다. 어느 날 그리로 나를 데려가셔서 그 땅을 보여주시며, 이곳에 꿈을 심어보라고 하셨다. 아버지가 주신 땅에 국학원이 세워지고,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와 글로벌사이버대학교가 세워지고, 한민족역사문화공원이 들어섰다. 그 건물 하나하나가 들어설 때마다 아버지는 자리를 봐 주시고, 건물의 방향까지 잡아주셨다.
 

13년 전에 국학원을 개원하던 날, 개원식에 참석하신 아버지는 나에게 처음으로 칭찬을 하셨다. “내 아들이지만 참 장하다. 많은 사람들이 나라걱정을 하고 이런저런 말은 할 수 있어도, 나라 살리는 일을 이렇게 실제로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네가 이걸 해냈구나! 잘했다.” 하셨다. 그 말씀을 듣고 민족에 대한 아버지의 마음을 내가 조금이나마 헤아려드렸다는 위안을 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역사와 철학, 풍수를 통해 쌓으신 지혜로 주변 분들에게 도움을 주며 노년을 보내셨다. 그리고 아버지는 내가 찾아뵐 때마다 지혜가 담긴 고전 철학서에 담긴 ‘한 구절’을 적어두셨다가 건네주시곤 하셨다.

 

“산천이 주인이다!” 먼 산을 보시며 아버지가 하시던 말씀이다. 나는 지구시민운동을 하면서 그 말씀을 늘 생각한다. 이 지구가 주인이다. 이 세상에 지구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더 이상 인간의 욕망이 지구와 인간의 공존을 해쳐서는 안 된다. 이 시대에는 지구와 인간이 하나의 자연임을 깨닫고, 지구와 인간을 중심 가치로 여기는 지구시민이 필요하다.


자연을 사랑하고, 사람에게 인자하고, 이 민족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신 아버지, 아버지는 그것을 나에게 물려주셨다. 아버지의 마음이 지구시민의 마음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내 삶의 모든 것이 되었다. 오늘 뉴질랜드의 하늘 아래서 산과 들을 보며, 아버지를 그리워한다. “아버지! 산천이 주인입니다.” 내 생명의 마지막 순간까지 이 지구와 인류를 위해 홍익하며 살겠다고 아버지께 약속드린다.

 

 

 *매주 월요일에는 일지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님의 <뇌와 지구경영>칼럼이 게재됩니다. 현 시대 우리나라 그리고 인류가 직면한 문제의 원인은 무엇이며, 그 해법은 무엇인지, 홍익정신으로 바라본 이승헌 총장님의 깊은 통찰과 혜안을 만나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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