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호
나에게는 여러가지 악기가 있습니다. 그 중에 빈 상자처럼 생긴 악기가 있는데 이름은 타포입니다. 벌레 먹은 통나무에서 나는 소리에 반한 인디언들이 신성한 의식이 있을 때나 먼 거리의 의사소통 수단으로 쓰던 악기라 합니다. 두드리면 깊고 울림이 큰 소리가 납니다. 또 대나무를 쪼개어 만든 베트남 악기도 있습니다. 이름은 단트렁인데 소리가 맑고 청아합니다. 북, 징, 꽹과리, 인디언 피리와 하프… 내가 연주하고 있는 이 악기들의 연주법을 나는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습니다. 어떤 악기는 이름도 알지 못합니다. 어느 날 나는 이 악기들이 내 몸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평소에 내 몸을 악기라 생각하며 노래부르고 두드리곤 했는데 그런 생각으로 악기들을 연주하니 아름다운 음악이 되었습니다. 나는 이 악기들을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내 연주법이 맞는지 틀린지 조차 모릅니다. 그러나 신경 쓰지 않습니다. 마음가는 대로 손을 놀려 두드릴 뿐입니다. 내가 신경 쓰지 않으니 듣는 이들도 그저 즐거운 마음으로 듣습니다. 우리 안에는 무한한 창조력과 생명력이 약동하고 있습니다. 나는 그것을 악기에 옮길 뿐입니다. 따로 배울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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