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희망편지
일지 이승헌 총장님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
1777 호
등록일 2015.07.20
조회수 1295
통천 通天
7월 15일, 제자들이 모여 모악산에 올랐다고 단체 사진 한 장을 보내왔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다들 하늘과 통한 듯 활짝 개인 표정입니다. 그 모습이 이 세상 어느 꽃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산으로 가야겠어.”
36년 전 여름이었습니다.
제 말을 들은 아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렇게 마음먹은 이상 그 어떤 말로도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아내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어느 산으로 가시게요?”
아내가 담담히 물었습니다.
“혹시 어미 모(母)자가 있는 산을 알고 있소?”
새벽 수련을 할 때마다 하늘에 길을 물은 지 100일이 다 되어가던 어느 날, 깊은 명상 속에서 하늘에 떠 있던 북두칠성이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강렬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디에서 공부를 해야 할지를 간절히 묻자, 일곱 개의 별이 인당으로 튀어나와 큰 산 앞의 호수에서 멈추었습니다. 그 별은 쏜살같이 산속으로 들어갔는데 산 전체가 환히 빛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순간, 별은 어미 모자의 형상이 되었다가 다시 한 덩이의 빛으로 뭉치더니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저는 어미 모자가 있는 산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습니다. 알고 보니 모악산은 아내의 친정이 있는 전주의 명산이었습니다.
1980년 6월, 저는 모악산으로 향했습니다.
가족을 뒤로하고 떠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당시의 저는 제 문제가 너무도 급했습니다. 오랜 세월 찾아왔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 살 수가 없겠다는 절박함이 저의 등을 떠밀었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외로움과 공허함의 근원, 잡힐 듯 말 듯한 실체와의 만남을 이번에는 반드시 끝내고야 말겠다는 굳은 마음이었습니다.
먹지도 자지도 않는 수행의 시간 동안 일곱 번의 죽을 고비가 찾아왔습니다. 그렇게 21일째가 되던 어느 날, 머릿속에서 천둥이 치듯 큰 대포 소리가 났습니다. 머리가 산산이 부서져 이제는 죽었다고 느낀 순간, 평온한 호흡과 부드러운 심장 박동이 저를 깨웠습니다. 신성으로 빛나는 온전한 우아일체(宇我一體)의 세계 속에 저는 존재하는 듯 존재하지 않고, 존재하지 않는 듯 존재했습니다.
오랜 화두의 답을 찾고, 깨달음을 얻은 이 날을 저는 하늘과 하나로 통했다 하여 ‘통천일(通天日)’이라고 합니다. 하늘과 통한다는 것은 자신의 실체를 깨닫고, 본래 갖고 있는 본성의 빛을 밝혀 마침내 실천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모악산에서의 깨달음 이후, 저는 홍익인간의 건국이념을 갖고 있는 우리 민족이야말로 깨달음을 삶 속에 실현한 위대한 민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에 만나게 된 한민족의 경전 ‘천부경(天符經)’은 또 얼마나 경이로웠는지 모릅니다. 우주의 법칙이 놀랍게도 그 안에 다 들어 있었습니다.
저처럼 목숨을 건 수행으로 깨달음을 얻는 것은 어렵습니다.
지난 35년간 제가 한 길을 걸어온 것은 누구나 깨달을 수 있는 세상, 깨달음이 상식이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함이었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깨달을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그 조건은 우리가 가진 본래의 완전성이고 신성입니다. 이 완전성의 의지적 표현을 가리켜 양심(良心 밝은 마음)이라고 합니다. 인성이 회복될 때 양심은 밝게 빛을 내며 삶의 균형과 성장을 가져다줍니다. 우리에게 처음부터 있었던 완전한 앎이 바로 깨달음이고 그 존재를 인정하는 것은 우리의 선택입니다. 그때 우리는 비로소 하늘과 통하게 됩니다.
모악산에서 수행하던 시절을 생각하며 가만히 눈을 감습니다.
저에게는 오직 하나의 질문만이 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이제, 저에게는 오직 하나의 대답만이 있습니다.
“나는 천지기운이요, 천지마음이다.
천지기운 내 기운, 천지마음 내 마음.”
2015년 7월 15일 통천일에
일지 이승헌
통천,모악산,전주,수행,우아일체,천지기운,깨달음,목숨,양심,삶,균형,성장,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