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마케팅 전문가 필립 코틀러 교수의 책을 통해 유명해진 '마켓 3.0'이라는 개념이 있다. 요즘 한국의 기업인들과 컨설턴트들도 이 단어를 부쩍 자주 사용하는 것 같다. 마켓 3.0은 시대의 흐름을 꿰뚫는 통찰을 담고 있으며, 기업인들뿐만 아니라 문화, 커뮤니케이션, 영성(靈性, Spirituality) 등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개념이다.
마켓 1.0은 품질로 경쟁하는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는 상품의 품질이나 성능이 좋아야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다. 생산의 자동화, 표준화로 대량생산 시스템을 가동하고 상품가격을 낮춘 기업이 시장의 승자가 된다. 기업의 마케팅도 당연히 제품 중심으로 돌아간다.
마켓 2.0은 차별화된 기능과 서비스로 경쟁하는 시장이다. 상품의 품질이 평준화되다 보니, 이제 품질만으로는 게임이 안 된다. 이 시장에서는 소비자의 필요와 욕구를 파악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부가해 만족도를 높이는 기업이 살아남는다. 고객만족, 고객감동을 위한 감성 마케팅이 이 시장을 주름잡는다.
마켓 3.0은 가치가 주도하는 새로운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는 소비자의 이성과 감성을 충족시키는 것을 넘어 영혼을 감동시켜야 한다. 필립 코틀러 교수는 이제 기업이 소비자의 영적인 열망까지 만족시켜야 하는데, 그 핵심은 '의미'와 '가치'를 공급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마켓 3.0의 소비자는 기업이 어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실현하는가를 구매의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는다. 그들은 이익창출이나 고객 만족을 넘어, 사회적 대의와 비전을 제시하고 세상에 기여하는 기업을 원한다. 디지털 혁명을 타고 급속도로 진화한 소비자들의 집단지성과 강력한 네트워크는 단순한 기교나 사탕발림에 불과한 홍보성 문구에 속지 않는다. 자신이 표방하는 가치를 기업 활동과 기업문화를 통해 정직하고 진실 되게 실현하는 기업만이 3.0시장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필립 코틀러 교수에 따르면 오늘날 소비자들은 심리학자 매슬로우의 ‘인간욕구 5단계’중 가장 마지막 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기업을 선호한다. 소비자들의 자아실현 욕구가 단지 개인적인 차원에만 머물지 않고, 사회적, 지구적인 차원으로까지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3.0시장의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2.0시장에서는 돈을 잘 벌고, 기부를 잘하면 좋은 기업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3.0시장에서는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사회 공익적이지 않으면 좋은 기업 축에 끼지도 못한다. 이제 소비자들은 기업이 ‘무엇을 파느냐'가 아니라 ‘무엇에 신경 쓰느냐' 에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3.0 시장의 도래는 이제 홍익하지 않는 기업은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구적 차원의 건강, 환경, 평화 등의 문제는 더 이상 나와는 상관없는 정치적인 이슈가 아니다. 우리 개개인의 구체적인 삶에 영향을 미치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으로 성공하고자 하는 기업은, 지속가능하고 성숙한 지구문명, 건강하고 조화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즉, 인류에게 주어진 가장 도전적인 과제이자 생존의 문제인 지구경영에 동참해야 한다. 인간과 지구를 중심으로 한 가치를 바탕으로 기업문화와 기업 활동을 재편하고, 그 가치의 실현에 진정을 다하는 기업만이 3.0시장의 영원한 승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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