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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언론보도

용머리 살리기

2011년 06월 09일  () 조회수 3902

용(龍)은 예로부터 길상적 수호신이자 영수(靈獸)로, 우주질서를 관장할 뿐만 아니라 최고의 권력자, 왕을 상징했다. 용은 낙타의 얼굴, 사슴의 뿔, 소의 귀, 토끼의 눈, 뱀의 몸, 여든 한 개의 잉어 비늘, 조개의 배, 매의 발톱과 호랑이의 발을 가지고 있으며, 깊은 못이나 늪 등 물 속에 살며 때로 하늘로 올라가 풍운조화를 일으킨다고 전한다. 또 용은 구름 속에서 학과 연애를 해 봉황을, 땅에서 빈마와 결합해 기린을 낳았다고 한다.

제주도에는 용과 관련된 용머리해안, 용두암, 용연 등의 지명들이 있다. 이 가운데 용머리 해안은 이미 국제적으로 지질학적, 자연유산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사계리의 용머리 해안은 수천만년동안 쌓이고 쌓인 가장 오래된 암석이며 수성화산으로 2010년에 유네스코 지질공원으로 인증을 받았고, 올해 초에는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 526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용머리 해안에는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용머리 해안은 제주도에서 가장 장대하고 오래된 영험한 기운이 응집된 곳이다. 앞으로 세계평화의 섬, 제주도가 전 세계를 향해 도약할 수 있는 기운이 담긴 곳이다. 천하의 영물인 용이 머리를 쳐들고 태평양의 드넓은 바다를 향해 뛰어드는 형상을 한 용머리 해안을 어찌 왕후지지(王侯之地)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용머리해안

왕후지지 용머리가 중국 진나라 시황제의 눈에 들었으니 안전할 리가 없었다. 시황제는 중원 천하를 통일하고 만리장성을 쌓았으나 늘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리서를 보니 탐라국에 왕후지지가 있어 제왕이 태어나리라 하니,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일이었다. 땅속까지 훤히 본다는 풍수사 호종단을 파견하여 지맥을 끊고 지혈을 파서 그 기를 죽이라고 명했다.

시황제의 명을 받은 호종단은 구좌읍 종달리로 들어와 남쪽으로 차근차근 맥과 혈을 끊어나가다, 산방산에 도착하여보니 바다로 향해 꿈틀대며 내달리는 용머리를 만났다. 호종단은 용의 꼬리를 자르고, 잔등을 내리쳐 끊은 다음, 용의 머리를 내리쳤다. 용의 검붉은 피가 솟구쳐 오르면서 신음소리를 내며 구슬프게 울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용의 머리는 끊어져 있다. 제주도의 정기가 끊어진 것이다. 위대한 인물이 태어날 수 있는 기운이 사라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제주도는 역사상 어느 때보다 위대한 인물이 필요하다. 세계평화의 섬으로서 희망을 실현하기 위해 제주도는 인재를 찾아야 하고 찾다가 없으면 만들기라도 해야 한다.

제주도는 1996년에 제정된 <제주도민 헌장>에서 약속한 바와 같이 탐라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고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을 활용하여 아시아 문화권의 중심이 되고 세계로 뻗어가는 평화의 섬이 되어야 한다.

제주도는 21세기 가장 이상적인 인간사회와 자치도시의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곳이다. 세계적인 선진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이미 완숙기에 들어갔지만, 자치도시 제주도는 이제 성장기에 있다.

물질적인 풍요만을 추구하는 오염되고 타락한 도시가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 평화로운 정신과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문화를 가진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정신문화도시를 제주도는 탄생시킬 수 있다. 그런 제주도라면 세계에 내놓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때 제주 스피릿은 세계에서 가장 칭송받는 정신이 되고, 제주도는 세계에서 가장 살고 싶은 도시가 될 것이다.

진정한 세계 평화의 섬이자 정신문화의 모델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왕보다 더 위대한 인물들이 제주에서 나와야 한다. 한두 명이 아니라 많이 나올수록 좋다. 제주도의 아이들은 누구나 그런 위대한 인물을 꿈꾸며 자라야 한다. 그들은 장차 제주특별자치도의 평화특사가 되어 용머리를 타고 세계로 나갈 것이다.

용머리와 몸통을 이어보자. 끊어진 맥과 혈을 살려 용을 다시 부활시키자. 지질학적인 가치를 살리면서 친환경적으로 용을 복원하는 방법을 찾아 지혜를 모아보자. 제주도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면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용머리를 복원하여 제주도의 정신과 기상을 살려보자. 탐라의 조상들도, 후손들도 모두 함께 기뻐할 일이다. 산방산을 집 삼아 사는 평화의 용이 다시 살아나 태평양 바다를 타고 승천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제주일보] 6월 7일 오피니언 전문

TAG일지 이승헌, 일지넷, 용, 수호신,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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